얼마 전 한 원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수강생이 꾸준히 늘어 분원을 하나 더 열까 고민하시던 중, 5월에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고 나서 "이제는 법인을 봐야 하나" 싶어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통화를 시작하니 작년 매출은 대략 말씀하시는데, 강사료로 나간 총액이 얼마였는지, 학원 통장에 지금 얼마가 남아 있는지는 바로 답하지 못하셨습니다. 법인전환은 결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 다섯 개의 숫자에서 시작됩니다.

숫자 없이 시작한 상담은 대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학원 법인전환 상담을 하다 보면, 원장님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거의 같습니다. "법인으로 바꾸면 세금이 얼마나 줄어요?" 그런데 이 질문은 숫자가 없으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개인 종합소득세는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 구조이고(소득세법 제55조), 법인세는 법인의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적용합니다(법인세법 제55조). 두 표를 나란히 놓고 "법인이 낮네요"라고 끝낼 수 있으면 세상 모든 학원이 법인이어야 할 겁니다.

실제로는 법인에 남긴 돈을 원장님이 급여·상여·배당으로 가져오는 순간 다시 과세됩니다. 그래서 상담의 핵심은 세율 비교가 아니라 "원장님이 1년에 실제로 얼마를 생활비로 가져가시는지", "남은 돈은 어디에 쓸 계획인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원장님만 답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숫자 ①② — 쪼갠 매출과 '원장 몫을 뺀 이익'

첫 번째는 매출인데, 총액 한 줄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강료·교재비·특강과 캠프·차량 운행비처럼 항목별로, 그리고 지점이 둘 이상이면 지점별로 나눠 주세요. 학원은 겨울방학 특강처럼 특정 월에 매출이 몰리는 구조가 흔해서, 월별 흐름이 보이면 법인 설립 시기와 사업연도 설계 이야기가 가능해집니다. 참고로 교육 서비스업 등은 성실신고확인 대상 수입금액 기준에서 5억원 구간에 포함됩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33조). 다만 업종분류와 겸업 여부에 따라 실제 적용은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이익입니다. 그런데 개인사업자에서는 원장님 급여가 비용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장부상 이익에 원장님 생활비가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전에 "작년에 학원 통장에서 개인 통장으로 옮긴 금액"을 따로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금액이 법인 전환 후 대표 급여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급여로 잡으면 법인에서는 비용이 되지만 원장님 개인에게는 근로소득 과세와 4대보험 부담이 생깁니다. 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과 재산, 피부양 요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고, 설계안별로 비교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숫자 ③ — 인건비, 학원에서 가장 예민한 항목

세 번째는 인건비입니다. 강사료 총액만이 아니라 "지급 형태"를 함께 정리해 주세요. 사업소득으로 원천징수하는 강사, 근로계약을 맺은 강사, 조교와 행정 직원이 섞여 있는 학원이 많습니다. 이 구분은 법인전환 이후 4대보험과 인건비 구조를 다시 짜는 데 직접 영향을 줍니다. 다만 각 계약의 성격 판단은 근로 실질에 따라 달라지므로 노무 영역에서 별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또 하나, 학원 강사는 법령상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강사의 인적사항을 게시할 의무가 있습니다(학원법 제13조). 전환 과정에서 강사 명단이 정리되지 않으면 등록 서류 단계에서 시간이 늘어납니다.

숫자 ④⑤ — 대출·보증금 명의와 통장 잔액

네 번째는 대출과 보증금입니다. 개인 명의로 받은 학원 시설자금 대출, 개인 명의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이 있다면 이게 법인 전환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입니다. 임대인 동의, 계약 명의 변경, 대출 승계 가능 여부는 은행과 임대인마다 판단이 달라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학원 설립·운영은 교육감 등록 사항이고 설립자·교습과정·강사명단·교습비·시설설비 등에 등록 및 변경등록 이슈가 있습니다(학원법 제6조). 관할 교육지원청마다 요구 서류와 처리 기간이 다르므로 단순 행정으로 보고 일정을 잡으면 개강 시즌과 부딪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통장 잔액과 인출 습관입니다. 법인 통장에 있는 돈은 법인의 돈이라, 원장님이 개인 카드처럼 쓰시면 가지급금이나 업무무관 지출 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상담 전에 "월 생활비로 얼마가 필요한가"를 솔직하게 적어 오시는 게 좋습니다. 이 숫자가 대표 급여 설계의 기준선이 됩니다.

다섯 숫자를 모으면 보이는 것 — 신호와 '아직 이른 경우'

저는 법인전환을 모든 원장님께 권하지 않습니다. 이 숫자들을 모아 놓으면 방향이 비교적 또렷하게 갈립니다.

검토해볼 신호소득이 몇 해 연속 늘고 있고, 번 돈을 다 쓰지 않고 남기고 있으며, 분원 개원·강사 증원·시설 투자처럼 자금이 들어갈 계획이 있는 경우. 지점이 둘 이상이어서 회계와 자금이 섞여 있는 경우.
아직 이른 경우매출이 늘었지만 인건비·임차료를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경우. 번 돈을 전액 생활비로 가져가야 하는 경우. 원장님 혼자 강의까지 맡고 있어 관리 업무를 더 늘리기 어려운 경우.

법인이 되면 장부·급여·세무 신고 같은 관리 업무가 늘어납니다. 관리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전환하면 절세보다 관리 비용이 먼저 옵니다. 그래서 저는 학원 법인전환 검토 시점을 숫자로 먼저 확인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위 다섯 가지 숫자만 정리해 오셔도, 첫 상담에서 "지금인지, 1~2년 뒤인지"는 대체로 판단이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