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받아 오신 제안서 한 장

재원생이 늘고 분원을 하나 더 열면서, 어느 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학원 영업권을 평가해서 법인에 넘기면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는 말이었습니다. 금액이 큼직하게 적힌 제안서까지 받아 보셨는데, 정작 그 돈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는 설명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숫자를 보기 전에 구조부터 같이 뜯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영업권은 '없던 돈'이 아니라 '이름이 붙은 가치'입니다

영업권은 장부에는 없지만 실제로는 값이 매겨지는 가치입니다. 학원이라면 동네에서 쌓인 입소문, 재원율과 재등록률, 커리큘럼, 강사 조직, 자리 그 자체 같은 것들입니다. 원장님이 학원을 다른 분에게 넘긴다고 가정했을 때 책상과 칠판 값 말고 더 받을 수 있는 부분, 그게 영업권의 실체에 가깝습니다.

법인전환을 사업 양수도 방식으로 진행하면 개인사업자였던 학원의 자산과 부채, 그리고 이 영업권을 법인이 넘겨받는 거래가 생깁니다. 그래서 영업권은 법인전환에서 새로 생겨나는 혜택이 아니라, 이미 있던 가치를 거래 가격으로 표시한 항목입니다.

영업권은 세금을 깎아주는 쿠폰이 아닙니다. 원래 있던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작업이고, 가격표가 붙는 순간 과세 판단도 함께 따라옵니다.

절세처럼 보이는 이유를 양쪽으로 나눠 보면

이 거래에는 넘기는 사람(개인 원장님)과 받는 사람(법인) 두 쪽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설명은 법인 쪽 한 면만 떼어서 이뤄집니다.

구분개인(양도하는 원장님)법인(양수하는 학원 법인)
생기는 일영업권 대가를 받는 소득이 발생영업권을 무형자산으로 계상
세무상 효과소득 성격 판단에 따라 과세정해진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반영
확인할 점필요경비 인정 범위와 적용 세율은 연도별 규정과 거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상각 기간과 손금 인정 여부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인 쪽만 보면 비용이 늘어나니 유리해 보이지만, 개인 쪽에서 먼저 과세가 발생합니다. 개인 종합소득세는 소득이 늘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 구조이고(소득세법 제55조),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적용합니다(법인세법 제55조). 두 표의 숫자만 비교해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법인에 남긴 돈을 원장님이 급여나 배당으로 가져오는 통로에서 다시 과세되기 때문입니다. 영업권의 효과는 '얼마를 깎았다'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가'의 문제로 보셔야 합니다.

학원이기 때문에 더 흔들리는 세 가지

첫째, 교육청 등록이 함께 움직입니다

학원은 설립·운영에 관해 교육감에게 등록해야 하고, 설립자와 교습과정, 강사 명단, 교습비, 시설·설비 등은 등록과 변경등록의 대상입니다(학원법 제6조). 또 강사는 법령상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인적사항 게시 의무도 있습니다(학원법 제13조). 개인 명의 학원을 법인으로 옮기는 일은 서류 한 장으로 끝나는 단순 행정이 아니며, 필요 서류와 처리 기간은 관할 교육지원청마다 다를 수 있으니 전환 일정을 잡기 전에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둘째, 평가 근거가 학원 특성 때문에 약해질 수 있습니다

영업권 금액은 결국 "앞으로 이만큼 벌 것이다"라는 예측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학원 매출은 학기와 입시 일정에 따라 출렁이고, 특정 인기 강사에게 매출이 쏠려 있으면 그 강사가 떠나는 순간 숫자가 달라집니다. 임차 조건이 불안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근거가 얕은 평가액은 과세 과정에서 다시 다퉈질 수 있다는 전제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법인이 지급할 대가는 실제 돈입니다

법인이 원장님께 영업권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돈은 어디선가 나와야 합니다. 당장 현금이 없어 미지급금으로 남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법인 통장과 원장님 개인 지출이 섞이면 가지급금이나 업무무관 지출 문제로 번지기 쉽습니다. 법인 자금은 대표 개인 지갑과 분리해서 쓰는 것이 전환의 전제 조건입니다.

검토 신호와, 아직 이른 경우

검토를 시작해볼 신호는 이렇습니다. 교육 서비스업 등은 성실신고확인 대상 수입금액 기준에서 5억원 구간에 포함되는데(소득세법 시행령 제133조), 실제 적용 여부는 업종분류와 겸업 상황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구간에 가까워졌고 지점이 둘 이상으로 늘어 대표 급여와 학원 운영자금을 분리할 필요가 생겼다면, 전환 방식의 하나로 사업양수도와 영업권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점 하나에 특정 강사 의존도가 높고 장부 정리가 미흡하며 대표 생활비를 사업 계좌에서 바로 쓰고 있다면, 영업권 평가보다 운영 정리가 먼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서의 금액부터 보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최근 3년 수강료 매출의 흐름, 강사료와 임차료 비중, 원장님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을 먼저 정리하면 영업권 이야기가 지금 필요한 대화인지 아닌지가 보입니다. 저희는 경영 구조를 설계하는 쪽이고 세무·법무 고유 판단은 그 영역의 전문가 몫이므로, 학원 법인전환 시점 판단 기준을 숫자로 먼저 확인한 뒤에 세무·법무 검토와 교육지원청 확인을 같은 테이블에 올리는 순서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