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명의로 하나 더 내면 된다던데요"

얼마 전 상담에서 한 원장님이 말끝을 흐리며 물으셨습니다. 수강생이 늘어 올해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올라갈 것 같은데, 주변에서 배우자 명의로 교습소를 하나 더 내서 매출을 나누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거 해도 괜찮은 거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1년에도 여러 번 듣습니다. 그리고 답은 매번 같습니다. 괜찮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금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쪼개기 유혹은 '누진세율'과 '5억'이라는 숫자에서 시작됩니다

개인 종합소득세는 소득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 구간이 적용되는 누진세율 구조입니다(소득세법 제55조). 또 교육 서비스업 등은 성실신고확인 대상 수입금액 기준에서 5억원 구간에 포함됩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33조).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업종분류와 겸업 형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우리 학원이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원장님들 눈에는 이런 계산이 먼저 들어옵니다. "사업자를 하나 더 만들어 매출을 반으로 나누면, 두 사업자 모두 낮은 구간에 머무는 게 아닐까." 숫자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학원 운영의 실제 모습이 빠져 있습니다.

세무 판단의 기준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입니다

사업자등록증은 종이 한 장이면 늘어납니다. 그런데 학원 운영은 그렇게 나뉘지 않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확인하는 항목은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 수강료가 실제로 어느 계좌로 들어오는가
  • 상담과 수납, 환불을 누가 한 창구에서 처리하는가
  • 강사 급여와 4대보험을 어느 사업자가 지급하는가
  • 임차계약서상 임차인이 누구이고, 공간은 실제로 분리되어 있는가
  • 간판·홈페이지·온라인 광고에 두 사업자가 어떻게 표시되는가

이 항목들이 전부 한 몸으로 움직이는데 명의만 둘이라면, 과세당국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과 세액 효과는 사안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세무대리인의 확인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명의를 나누는 일은 하루면 되고, 실질을 나누는 일은 1년이 걸립니다. 문제는 세무 판단이 후자를 본다는 점입니다.

학원이라서 더 위험한 세 가지

1) 교육청 등록 서류와 어긋납니다

학원 설립·운영은 교육감 등록 사항이고, 설립자·교습과정·강사명단·교습비·시설설비 등은 등록 및 변경등록 대상입니다(학원법 제6조). 세금 계산을 위해 만든 명의 구조가 등록 서류상의 설립자·시설과 맞지 않으면, 세무 이슈가 아니라 등록 이슈로 먼저 문제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관할 교육지원청마다 요구 서류와 처리 기간이 다르므로 단순 행정 절차로 넘겨 짚기 어렵습니다.

2) 강사 귀속이 흔들립니다

학원 강사는 법령상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강사 인적사항 게시 의무가 있습니다(학원법 제13조). A사업자에 등록된 강사가 실제로는 B사업자 수업까지 맡고 있고 급여는 또 다른 쪽에서 나간다면, 게시 의무와 비용 귀속이 동시에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강사 입장에서도 자기 소속이 어디인지 모호해지는데, 이는 퇴직금·근로시간 정리에서 노무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3) 학부모 신뢰가 먼저 금이 갑니다

결제 상대와 상담 상대가 다르고, 교육비 납입증명서에 낯선 사업자명이 찍히는 순간 학부모님은 이유를 묻습니다. 환불이나 폐업 같은 예민한 상황에서 이 구조는 설명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학원의 자산은 결국 재등록률인데, 세금 몇 푼 계산 때문에 그 자산을 흔드는 셈입니다.

'쪼개기'와 '구조 분리'는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저희가 반대하는 것은 명의 분산이고, 권하는 것은 실질까지 함께 나누는 경영 구조 설계입니다. 두 가지는 겉모습이 비슷해 보여도 성격이 다릅니다.

구분명의 쪼개기경영 구조 분리
목적과세표준 낮추기지점·기능별 책임과 자금 분리
실질운영은 사실상 한 몸인력·계약·통장·공간이 실제로 분리
설명 가능성왜 나눴는지 설명이 어려움사업상 이유를 문서로 설명 가능
주요 위험실질 판단, 등록 불일치, 노무 분쟁초기 설계·관리 비용 증가

그렇다면 법인전환이 정답인가요

아닙니다. 법인전환은 신호가 맞을 때 검토하는 선택지입니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적용하는데(법인세법 제55조), 법인에 남긴 돈을 대표님이 급여나 배당으로 가져오는 통로에서 다시 과세됩니다. 그래서 세율 숫자만 비교해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제가 검토를 권하는 신호는 이런 경우입니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생활비로 쓰지 않고 강사 채용이나 2호점에 재투자하고 있고, 대표 급여와 학원 운영비의 경계를 정리해야 하며, 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되는 해가 눈앞에 온 경우입니다. 반대로 단일 지점이고 이익 대부분이 생활비로 나가며 기장과 증빙 정리가 아직 느슨하다면, 법인보다 개인사업자 단계의 기초 정리가 먼저입니다.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학원 법인전환 절차에서 들이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매출을 나누지 말고, 구조를 세우십시오. 세금은 구조를 따라오는 결과지, 명의를 따라오는 결과가 아닙니다.